1차 창작/완성로그2015. 10. 11. 17:52

약 한 달 동안의 야근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출근을 했던 주말까지 포함해서.... 그러니까, 야근한 지 32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회사 일이 많은 것은 분명 내가 계속 일을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휴일도 없이 하루에 4시간도 못 자고 일하는 것은 정말 지옥이었다. 슬슬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한계가 느껴져서 연차라도 내야 하나 고민을 시작할 때 쯔음 이었다.



"■■■씨, 그만 들어가 봐도 좋아요."



네? 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보니 깨끗한 피부와는 달리 눈가에 다크서클이 살짝 내려온 상사가 있었다. 저게 다 같이 야근하느라 고생한 탓이지. 나의 반문하는 멍청한 목소리에 옅은 미소를 띠면서 한 달 동안 밤늦게 일하느라 수고했어요. 이제 이것만 마무리하면 되니까, ■■■씨는 그만 들어가 봐도 좋아요. 이번 주말은 푸욱 쉬고 월요일에 봐요. 그렇게 말했다.




현관문을 여니 부엌에서부터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맛있는 냄새가 서서히 풍겨 나온다.



"일찍 퇴근하다니, 그런 건 좀 더 빨리 말해주면 좋잖아."



네가 늦게 연락하는 바람에 늦게 준비하기 시작한 거니까 잔말 말고 씻고 와서 얌전히 기다려. 투덜거리며 현관문 앞까지 등장한 그녀의 손에는 국자가 들려있고 웬일인지 앞치마까지 매고 있었다.



"...네가 요리하고 있는 거야?"


"당연한 거 아니야?"



그럼 이 집에 누가 있다고? 그렇게 말하는 그녀에게 네가 요리도 해? 라고 물으려다가 그만뒀다. 아마 그런 소리를 했다가는 손에 들려있는 저 국자의 희생양이 될 테니까.




샤워를 마치고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털며 부엌으로 들어가자 꽤 그럴 듯 해 보이는 식사가 테이블 위에 준비되고 있었다. 그녀는 가스레인지 앞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찌개를 보고 있다가 내 인기척에 고개를 돌려 얼굴을 한 번 쳐다보더니, 다시 찌개로 시선을 거두면서 입을 열었다.



"한 달이나 일하느라 고생했으니까, 네가 좋아하는 거나 만들어주려고...."



그녀가 내가 일찍 들어온다는 연락에 냉장고를 열어 보고는 한숨을 작게 쉬고 서둘러 재료를 사 왔을 모습을 생각하니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귀여웠다.


그녀의 뒤로 가서 꼬옥 껴안자 기어들어가는 작은 목소리로 저녁준비 해야 하니까 얌전히 있으라고 했잖아. 라고 중얼거렸다. 그녀의 귀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이런 작은 스킨쉽 하나에도 부끄러워하며 얼굴을 붉히는 그런 그녀가 사랑스러웠다. 귀를 가볍게 물고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나는 하얀 목에 입을 맞췄다. 입을 맞춘 부분 부터 서서히 열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국자를 쥐고 있던 오른손의 손가락을 하나 하나 기억하려는듯 천천히 쓰다듬자 간지러운지 웃는 소리가 난다. 나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그리고 가스레인지가 꺼지는 소리가 들렸다.



Posted by Mocha05